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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규

전시구분 기획전 전시장소 밀알미술관
전시기간 2016.04.02 ~ 2016.05.22 장르 회화
참여작가 신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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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미술관은 2016년 북한작가 기획전시시리즈 중 그 첫 번째로 신동규를 선보입니다. 신동규는 천 년의 세월과 현재를 고스란히 간직한 도시, 개성(開城)을 누구보다 사랑하고 표현한 작가 중 한 사람으로서 기존의 북한미술의 개념을 탈피한 작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북한미술은 초기에 월북작가와 일본유학파들에 의한 인상주의 등 다양한 기법과 사조의 화풍이 주를 이루었으나, 1960년 후반기부터 시작된 주체사상의 확립으로 러시아 사회주의리얼리즘과 조선화가 근간이 되는 미술로 변형되었습니다. 1972(89년 증판)도에 출간되었던 문학예술사전에 따르면 북한 미술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미술예술의 한 형태, 조형예술이라고도 한다. 평면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눈으로 볼 수 있는 예술적 형상을 통하여 객관적 현실을 재현하는 예술이다. …(중략)… 미술은 조형적 언어를 가지고 현실을 사상미학적으로 파악하며 시각적 구체성, 직관적 명료성을 특징으로 하는 조형적 형상을 통하여 인민들의 사상 정서 교양에 이바지한다. … (중략)… 회화는 그 재료와 기능에 따라 조선화, 유화, 벽화, 출판화 등으로 나뉘어진다. 

그리고 고구려 벽화에서 역사적, 기법적인 뿌리를 둔 조선화를 함께 부각시킴으로 표현은 민족적이되, 내용은 사회주의라는 사회주의미술의 기초를 확립하게 됩니다.

 

그러나 70년대 이후의 북한미술은 주체사상적 내용으로는 훌륭한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었으나 작품성이 격하되었고, 이에 대해 1991년에 미술계에서 김정일 시대를 맞이하여 발간한 미술론을 통하여 미술가들이 창작활동에서 견지해야 할 자세와 입장을 창조성이 그 첫째라고 표출 함으로서 북한미술의 미약한 변화의 움직임을 간접적으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첫째, 미술가의 뜨거운 창조적 열정과 지칠 줄 모르는 깊은 사색,

둘째, 현실을 보고 그릴 것, 셋째, 미술가의 높은 기량

개성공단이 들어선 2000년대를 시작으로 북한의 미술은 유래 없이 작가의 독창성이 미약하지만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오늘 우리가 마주한 작가, 신동규입니다. 현재, 신동규에 대해서는 남겨진 자료가 거의 없어 대략적으로 1940년대 후반에 태어나 2011년 여름을 지내고 작고하였고, 정규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만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우리는 작품으로서 자신을 말하는 신동규를 알아가고, 북에서도 유래 없는 작가의 작품을 색다른 방법으로 마주하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작가는 오로지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작품을 했기에 전형적인 북한미술의 아카데미즘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개성을 조심스럽고도 과감하게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유추해봅니다.

신동규의 대부분의 작품 소재는 개성(開城)이었습니다. 개성의 도시, 건축, 풍경, 유적지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을 온 마음을 다해 그렸습니다. 그러하기에 그의 그림 속에는 개성에 대한 깊은 사랑이 보입니다. 그 깊은 사랑은 도저히 북한 작품이라고 보기 어려운 요소로 가득하여 풍경 속에서도 감정이 드러나는 인물이 등장하고, 작품 곳곳에서 인간의 애환과 표정이 나타납니다.

까치에게 소원을 비는 어린 여자아이의 얼굴에서는 익살스러우면서도 간절함이, 늦은 밤 다듬이질하는 여인에게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노래하는 다듬이질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머리를 씻기는 여인의 모습에서는 안정적인 구도와 대칭, 빛이 가득하게 처리된 배경과 모자의 손과 시선처리는 깊은 사랑과 엄숙함까지 느껴지게 하여 또 다른 모습의 성모자상을 떠올리게 합니다.

신동규는 화법에 있어서도 독창적이고도 대담했습니다. 그간 북에서 볼 수 없었던 밝고 과감한 색채는 그림으로 표현코자 하는 것에 대한 열정과 힘을 느끼게 하며, 흐르는 듯한 선들과 조형들은 이어짐과 반복을 통하여 평면의 공간에서 움직임을 보는 듯한 생동감과 리듬감을 줍니다. 그리고 작품에서 전달하고자 한 내용을 중심으로 잡은 구도와 구성은 정형화된 사회주의 아카데미즘을 탈피하여 화가 신동규가 나누고자 했던 개성의 풍경과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엄격하고 규칙으로만 가득한 사회에서 내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열망을 조심스럽고도 과감하게 그린 신동규와 개성의 풍경. 우리에게 그 곳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곳의 거리를 거닐고픈 소원을 가지게 합니다.

2016, 개성공단이 문을 닫았습니다. 남과 북의 접촉 점이 되어 개성의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그 작고도 큰 공간의 지워짐이 안타까운 오늘입니다. 비록 개성의 문은 또다시 닫혔지만, 신동규의 마음으로 전한 그림들을 통하여 가려진 개성의 모습을 살며시 들여다 보며, 작품 잔칫날처럼 남과 북이 함께 모여 기뻐하는 축제의 날이 곧 오기를 소원해 봅니다.

 

 

밀알미술관 학예실장/ 성현경